
중동으로 처음 가서 생활했던 나라가 레바논이었어요. 이름도 생소했던 나라였는데 3년정도 생활하면서 너무나 많은 매력을 느끼고 즐거운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낸 추억이 가득한 나라에요. '중동의 파리', '중동의 진주' 등 수많은 레바논의 별명이 말해 주듯이 지중해 바다를 끼고 있는 아주 아름답고 매력있는 나라에요. 은퇴하면 이 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했던 나라죠. 하지만 지금은 국가 경제 상황으로 인해 많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오늘은 그런 레바논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레바논은 중동의 작은 나라지만 지중해의 바람, 유럽식 카페 문화, 아랍의 전통이 교차하며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여행지입니다. 흔히 ‘중동의 파리’라 불린 수도 베이루트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의 흔적이 남아 유럽풍 건축과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바알벡이나 비블로스 같은 고대 유적은 수천 년 역사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또한 베카 계곡 와인, 지중해식 레반트 미식은 미식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이 글에서는 레바논을 아랍 속 유럽 감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며, 베이루트 여행 동선,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역사와 자연, 그리고 미식과 와인 루트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안내합니다. 짧지만 농도 짙은 여행으로 레바논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전 팁까지 함께 제공합니다.
베이루트 여행: 해안·동네·예술 스폿 총정리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는 과거 내전으로 한때 ‘중동의 파리’라는 명성이 빛을 잃었지만, 지금은 재건과 함께 활력을 되찾고 있습니다. 지중해 연안을 따라 형성된 코르니쉬(Corniche) 해안 산책로는 베이루트의 얼굴과 같은 곳으로, 석양 무렵 라우셰의 비둘기 바위(Pigeon Rocks) 앞에서 보는 풍경은 유럽 지중해 해변 도시의 낭만을 그대로 전합니다. 해안을 따라 걷다 보면 자이투나이 베이(Zaitunay Bay)가 나오는데, 요트가 정박해 있는 마리나와 유럽풍 레스토랑·카페가 늘어선 풍경은 프랑스 남부 해안을 연상시킵니다.
도심으로 이동하면 네즈메 광장(Place de l’Etoile)을 중심으로 유럽풍 건축이 펼쳐지고, 모하메드 알아민 모스크와 성 조지 대성당이 나란히 자리한 풍경은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레바논의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베이루트 수크(전통시장)는 현대적으로 재개발되어 쇼핑과 산책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로마 시대 목욕탕 유적이 도심 속에 그대로 남아 있어 고대와 현대가 공존함을 보여줍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아슈라피예의 수르속 미술관(Sursock Museum)을 추천합니다. 현대 미술과 전통 예술이 어우러진 전시가 상시 진행되며, 마르 미카엘·제마이제 거리에는 갤러리, 그래피티 아트, 라이브 바와 카페가 이어져 있어 베이루트의 창의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밤에는 루프탑 라운지나 해변 바에서 지중해의 바람을 느끼며 와인이나 칵테일을 즐기면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실전 여행 팁으로는 교통이 있습니다. 베이루트는 언덕과 원웨이가 많아 택시나 라이드헤일 앱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비스 택시’라 불리는 합승형 택시는 저렴하게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언어는 아랍어, 프랑스어, 영어가 모두 사용되므로 영어만으로도 큰 불편 없이 여행할 수 있습니다. 복장은 자유롭지만 종교 시설이나 전통 시장을 방문할 때는 노출이 적은 복장을 권장합니다. 결제는 달러와 레바논 파운드(LBP)를 혼용하며, 카드 사용이 늘었지만 소규모 상점이나 교통은 현금이 유용합니다. 계절은 봄(3~5월), 가을(9~11월)이 가장 쾌적하며, 여름은 해변 문화가 활기를 띠지만 더위와 관광객이 많습니다. 팁 문화는 식당에서 10% 내외, 포터·벨맨에게 소액을 주는 정도가 일반적입니다.
고대와 현대가 공존: 유적·자연 하이라이트 동선
레바논은 국토는 작지만 5000년 넘는 역사를 품고 있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고대 유적을 자랑합니다. 먼저 바알벡(Baalbek)은 로마 제국 시절의 웅장한 신전이 남아 있는 곳으로, 주피터 신전과 바커스 신전은 규모와 보존 상태 모두 압도적입니다. 기둥 하나의 높이가 20미터가 넘고, 정교한 부조와 석재 구조는 고대 건축 기술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여름에는 국제 음악제가 개최되어 고대 신전을 무대로 오페라와 콘서트가 열리며, 낮에는 유적, 밤에는 공연을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북쪽으로 이동하면 비블로스(Byblos)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알려진 이곳은 고대 페니키아 문명의 발상지입니다. 성채와 항구, 고대 마을 흔적이 남아 있으며, 좁은 골목길을 따라 카페와 기념품 가게가 늘어선 구시가는 중세 유럽 항구 도시 같은 정취를 줍니다. 저녁 무렵 항구 앞 레스토랑에서 해산물 요리를 즐기며 석양을 감상하는 것은 비블로스만의 낭만입니다.
남쪽의 시돈(Saida)과 티레(Tyre)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시돈의 바다 성은 중세 십자군 시대의 요새로, 바다 위 다리를 통해 성으로 들어가는 독특한 구조가 인상적입니다. 티레에는 로마 시대 경기장과 마차 경주장이 보존되어 있으며, 옥빛 바다는 수영과 휴양지로도 유명합니다.
자연 명소로는 지에타 동굴(Jeita Grotto)이 대표적입니다. 석회암으로 형성된 상·하층 동굴은 세계적인 규모와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하층 동굴은 보트로 이동해 탐험할 수 있습니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직접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데, 그만큼 경이롭습니다. 또한 카디샤 계곡(Qadisha Valley)과 하나님의 삼나무 숲(The Cedars of God)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으로, 고대부터 성인들이 은둔하며 수도 생활을 했던 깊은 계곡과 웅장한 삼나무 숲이 어우러져 ‘레반트의 알프스’라 불립니다. 겨울에는 스키 리조트로도 이용됩니다.
베이루트 근교에는 베이툿딘 궁전과 데이르 엘 카마르 마을이 있습니다. 오스만 시대 건축과 돌로 지어진 마을이 조화를 이루며, 주말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많습니다. 이동 동선은 베이루트에서 바알벡은 약 2시간 반, 비블로스는 약 1시간, 지에타는 약 40분 정도 소요됩니다. 직접 운전도 가능하지만, 도로 사정이 복잡하고 산악 지형이 많아 기사 포함 차량이나 현지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유적지 관람 시에는 햇볕이 강하므로 모자, 선크림, 생수를 필수로 챙기시고, 여름에는 일찍 방문해 더위를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중해 미식·카페·와인 루트: 한 입으로 느끼는 레반트
레바논은 중동 국가 중에서도 특히 음식 문화가 발달해 있으며, 유럽과 아랍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레바논 음식은 ‘메제(Mezze)’입니다. 이는 여러 개의 작은 접시 요리를 한 상에 차려 함께 나누어 먹는 방식으로, 후무스(병아리콩 퓨레), 타불레(파슬리와 불구르 샐러드), 바바가누시(구운 가지 퓌레), 라브네(요거트 치즈), 파투쉬(신선한 야채 샐러드) 등이 기본으로 나옵니다. 이 외에도 키베(양고기와 불구르로 만든 크로켓), 파라펠, 샤와르마, 시피하(미트 파이) 등이 인기입니다. 아침 식사로는 마나키시(자타르 허브와 치즈를 얹은 전통 빵)가 많이 먹히며, 길거리에서도 손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레바논 디저트로는 바클라바, 끄나페가 대표적입니다. 달콤한 시럽과 견과류, 치즈가 조화를 이루어 한국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맛을 전합니다. 음료 문화도 독특합니다. 카르다몸을 넣은 아랍식 커피, 진한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를 제공하는 유럽식 카페, 여름철에는 신선한 주스와 레몬에이드가 인기입니다.
레바논 와인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베카 계곡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와인을 생산해 온 지역으로, 현재도 샤토 무사르, 샤토 크세라, 케프라야 등 세계적 와이너리가 자리합니다. 투어와 시음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여행객들은 포도밭을 둘러보고 직접 와인을 맛볼 수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은 해산물과 잘 어울리고, 레드 와인은 양고기 요리와 환상의 조화를 이룹니다.
예산은 중급 레스토랑에서 1인 15~30달러 정도,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은 3~6달러 수준입니다. 팁은 음식값의 10% 정도, 카페에서는 소액 반올림 정도면 충분합니다. 비건과 채식 옵션도 풍부하며, 대부분의 요리가 채소와 허브 위주라 건강식으로 평가받습니다. 물은 생수나 정수된 물을 마시는 것이 좋으며, 여름철에는 전해질 음료를 함께 챙기면 좋습니다.
여행 실전 체크 사항으로는 성수기인 여름에는 해변과 나이트라이프를 즐기기에 좋지만 관광객이 몰리므로 예약이 필요합니다. 봄과 가을은 유적 탐방과 하이킹에 적합합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레스토랑과 바가 붐비므로 사전 예약이 안전합니다. 공항이나 도심에서 유심이나 eSIM을 쉽게 구입할 수 있으며, 현지 교통과 결제, 번역에 도움이 됩니다. 입국 시 여권 유효기간은 최소 6개월 이상이어야 하며, 주요 서류는 클라우드에 백업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 아랍 속에서 만나는 유럽 감성
레바논은 아랍의 땅에 자리 잡았지만, 그 속에는 유럽적 감성과 역사적 깊이가 살아 숨쉽니다. 베이루트의 해안 도시 풍경과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 바알벡과 비블로스로 대표되는 고대 유적의 웅장함, 지중해식 건강식과 아랍 향신료가 어우러진 독특한 음식 문화까지, 레바논은 그 자체로 매혹적인 여행지입니다. 아랍과 유럽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독특한 정체성은 레바논을 다른 어떤 나라와도 구별되게 합니다. 짧은 일정으로 방문하더라도 레바논의 거리와 사람들, 음식과 문화를 통해 느끼는 감동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아랍 속에서 유럽을 경험하고 싶다면, 레바논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나라입니다. 이곳에서는 아랍과 유럽의 문화가 겹겹이 쌓여 독특한 정체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여행자는 하루 안에 베이루트의 해안을 거닐며 유럽풍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다음 날에는 고대 유적을 탐방하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저녁에는 한 잔의 와인과 함께 여유로운 밤을 보낼 수 있습니다. 작지만 강렬한 나라, 아랍 속 유럽 감성을 찾는다면 레바논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깊이 있고, 작지만 강렬한 매력을 지닌 곳, 그것이 바로 레바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