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미지의 땅입니다. 뉴스로 접하는 정치 이슈나 종교적 이미지 때문에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막상 현지에서 살아본 경험은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본 글에서는 레바논, 요르단, 두바이에서 각각 2~3년씩 거주하며 겪었던 실질적인 문화충격, 적응기, 그리고 중동 생활을 고려하는 분들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단기 여행자가 아닌 장기 체류자의 시선으로 본 ‘진짜 중동’을 함께 만나보시죠.
문화충격: 익숙하지 않은 삶의 방식 속에서
레바논에서 처음 체류를 시작했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온 건 사회 전반의 느린 속도와 복잡한 행정이었습니다. 서류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관공서를 세 번 이상 방문해야 했고, 줄 서는 개념보다는 아는 사람을 통한 ‘연결’이 더 중요한 사회 구조가 처음엔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요르단 역시 비슷한 문화가 있었지만, 조금 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여성의 행동이나 옷차림에 대해 훨씬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두바이에 도착하고 나서는 정반대의 문화충격을 경험했습니다. 고급스러운 건물과 글로벌 브랜드가 즐비한 도시에서 영어가 일상 언어로 사용되고,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이 섞여 있다는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죠. 하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 계층과 고소득 외국인 사이의 명확한 계층 구조가 존재했고, ‘다문화 도시’로서의 이질감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또한 공통적으로 경험한 충격 중 하나는 라마단 기간의 사회 분위기입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식사나 음료 섭취가 금지되는 기간 동안 외국인도 공공장소에서는 조심해야 하고, 해 질 무렵 갑자기 거리가 조용해졌다가 ‘이프타르(금식 종료)’와 함께 식당이 북적이는 풍경은 그 자체로 낯설고도 매력적인 문화였습니다.
적응기: 언어, 생활습관, 커뮤니티를 통한 변화
중동 생활에 적응하기까지는 빠르면 6개월, 길게는 1~2년이 걸렸습니다. 언어 장벽은 가장 큰 허들이었고, 아랍어를 잘하지 못하면 현지 커뮤니티에 깊게 들어가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레바논과 요르단은 영어 사용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기본적인 아랍어 인사, 숫자, 생활 표현 정도는 익혀야 일상이 수월해졌습니다. 반면 두바이는 영어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해 적응이 비교적 쉬웠습니다.
생활 습관도 많이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요르단에서는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해 대부분의 상점이나 카페가 밤늦게까지 운영되었고, 저녁에 외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습니다. 이에 비해 두바이는 철저히 상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로, 외식 문화나 소비 패턴이 굉장히 서구화되어 있었습니다.
현지인들과의 관계 형성은 때론 어려웠지만, 같은 외국인 커뮤니티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한국인을 포함해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만든 소규모 모임, 교민회, 언어 교환 모임 등을 통해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위로와 지지를 받으며 적응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두바이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뒤섞인 환경에서 ‘국가’보다는 ‘사람’ 중심의 관계 형성이 가능해졌습니다.
조언: 중동 생활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첫째, 중동 국가별로 문화와 환경이 매우 다르므로, 국가 단위로 정보 수집과 계획을 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레바논은 지중해적 분위기와 중동적 특징이 혼합된 복합문화권이고, 요르단은 종교적이고 보수적인 사회이며, 두바이는 가장 개방적이지만 동시에 상업화된 도시입니다. 각 도시의 특성과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현지 정착 성공의 첫걸음입니다.
둘째, 비자와 체류 자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일자리 제안 없이 체류하는 것은 대부분 불가능하거나 매우 제한적이므로, 사전에 취업비자나 장기비자 제도를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두바이의 경우 최근 프리랜서 비자, 골든 비자 등 다양한 제도가 확대되었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도 기회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셋째, 기후와 물가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도 필요합니다. 여름에는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냉방비와 외식비가 높은 대신 대중교통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요르단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전기료와 식료품 가격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레바논은 최근 경제위기 이후로 외화 환율이 불안정해 장기 체류가 쉽지 않은 국가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중동은 뉴스에서 접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복합적이고 매력적인 삶의 공간입니다. 자신의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현지 문화를 존중한다면, 그만큼 더 깊고 넓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중동은 도전이자 기회다
중동에서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성장의 시간이었습니다. 문화적 낯섦을 이해하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낸 그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만약 중동으로의 이주나 파견, 체류를 고민하고 있다면 두려워하지 마세요. 정확한 정보와 열린 태도, 그리고 현실적인 준비만 있다면 여러분의 중동 생활 역시 멋진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